♣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용접공의 눈

산마을 풍경 2020. 8. 27. 18:02

용접공의 눈

 

                                    유홍준

 

여섯 살이었다

꽃이 좋아 꽃이 예뻐 장독대 옆 맨드라미 꽃밭에 가서 놀았다

볏 붉은 맨드라미 잡고 흔들어댔다

눈이 부셔

눈이 아파

자꾸만 눈을 비비고 눈을 비볐다

밤 꼴깍 지새우고 병원에 갔다

돋보기 쓴 의사양반 눈 크게 뜨고

내 눈 속에서 티끌만 한 맨드라미 씨를 찾아냈다

부빈 맨드라미 씨

밤새 부빈 맨드라미 씨

벌써 하얗게 뿌리 내리고 있다고 했다

낸 눈 속에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어떤 꽃은 한번 피면 평생 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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