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이면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다. 노회찬재단은 15~28일 추모기간 동안 그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모집 <그리운 사람, 노회찬>을 발간하고 노회찬 인권과 평등상, 노회찬 정의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학술토론회, 공연, 추모 미술제도 연다. 재단이 준비한 것 말고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기획한 행사도 여럿이다. 노회찬이 꿈꾼, 좋은 정치를 위해 정치신인을 양성하는 노회찬 정치학교도 준비 중이다.
노회찬의 삶과 정치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수십만명, 아니 수백만명이 그가 꿈꿨던 것을 위해 뛰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나선다면 그때 노회찬을 대신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노회찬 상 수상자, 노회찬 정치학교 졸업생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세상이 변할수록 노회찬은 누군가에 의해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가난한 이들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회찬들이 정치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러면 불평등이 승냥이처럼 사회를 할퀼 수 없다.
그런 상황을 하루라도 당기려면 노회찬을 제대로 기억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미 좋은 사례가 있다. 그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로 유명해진 청소노동자·경비원이 타는 새벽 버스 6411번 이야기다. 이제 시민은 노회찬을 떠올릴 때, 이들의 전쟁 같은 삶이 변했는지 궁금해 한다. 지난달 그와 관련된 소식이 나왔다. 요지는 ‘서울시가 해당 노선의 버스를 증차했다. 그러나 여전히 붐빈다’였다.
아마 2주기 때도 이 상황이 개선되었는지 시민들이 주목할 것이다. 말하자면 버스 문제가 노회찬 감시목록에 올랐다는 뜻이다. 그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잡는 것과 같다.
이를 모델로 감시목록을 추가할 수 있다. 가령, 버스 문제를 넘어 최저임금 등 이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됐는지, 비정규직 문제에 진전이 있는지, 선거제 개혁을 했는지를 감시목록에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매해 추모 기간에 연도별로 현황을 평가해보자. 말하자면, ‘노회찬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절대 노회찬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