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박국 끓이는 봄 저녁
김명리
기억에도 분명
맛의 꽃봉오리, 미뢰味蕾가 있다
건멸치 서너 마리로 어림밑간 잡아
신김치 쑹덩쑹덩 썰어 넣고 김칫국물 넉넉히 붓고
식은밥 한 덩이로 뭉근히 끓여내는
어머니 생시 좋아하시던 김치박국
신산하지만 서럽지는 않지
이 골목 저 골목 퍼져나가던 가난의 맛,
기억의 피댓줄 비릿하게 단단히 휘감아 들이는 맛
반공半空의 어머니도 한 술 드셔 보시라
뜰채로 건져 올리는 삼월 봄하늘
봄 나뭇가지 연둣빛 우듬지마다
천둥처럼 퍼부어지는 저 붉은 꽃물 한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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