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65년 동안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 지켜진 곳인데 개발하면 파괴될 수 밖에 없잖아요.” “생태계의 보고에 모텔이 들어서는 꼴을 보게 되는 겁니까.” “통일 전부터 DMZ에 토목공사를 할 셈인가요.”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비무장지대(DMZ) 주변에 조성하기로 한 ‘한국판 산티아고길’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논란이 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6일 “생태계의 보고이자, 다양한 역사·문화·안보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DMZ와 인근 접경지역”에 “한국판 산티아고길인 ‘DMZ, 통일을 여는길’”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286억원을 들여 강화에서 고성까지 456㎞의 한반도 횡단 도보여행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행안부에서는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해 25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스페인의 가톨릭 순례길인 산티아고길과 비교했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춘 의미있는 사업이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행정안전부의 SNS 공식 계정에 지난 17일 올라온 홍보 트윗에는 공공기관 게시글로는 이례적으로 300개가 넘는 답글과 1500여개의 리트윗이 찍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글들이 올라왔다. 내용은 ‘DMZ의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는 것이다. 종교색이 짙은 산티아고길과 DMZ을 연결짓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 지역균형발전과 관계자는 “DMZ이 아니라 DMZ 접경지역에서 기존에 있는 관광자원들을 잇는 수준이고, 새로 길을 내도 사람이 다니는 오솔길 정도”라면서 “예산도 토목사업을 할 정도가 안된다”고 해명했다. 행안부의 계획안을 보면 순례길은 민간인통제선을 기준으로 아래편 접경지역을 주로 지나고, 민통선 위쪽을 지나는 곳은 양구군의 두타연 정도로만 제시됐다. DMZ 주변을 바로 지나는 길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행안부 계획대로라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녹색연합에선 지난 10월 경기 연천군, 강원 철원·양구군 등을 직접 조사해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접경지역에도 ‘미확인 지뢰지대’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민통선이 개발압력에 밀려 북상하면서 통제에서 풀려난 곳곳에 아직도 지뢰가 남아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표지판이나 철책으로 위험성을 알릴 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행안부가 민통선 주변에 추진하던 ‘평화누리길’ 예정지역에서 수거한 지뢰를 들고 나와 “지뢰밭에 길을 만든다”며 안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미 강원도 산림의 90%는 희귀한 식물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개발과 출입이 제한된 자연보호구역에 관광 목적의 길을 내 예외 사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 지역균형발전과 관계자는 “앞으로 국방부·환경부·산림청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문제들을 걸러내며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번영’을 내세운 정부의 인식과 일반 시민들의 생각이 온도차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남북 단일팀을 만드려다 역풍을 맞은 일이 있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사실 온라인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인식에 놀랐다”면서 “DMZ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자연생태로 본 것이 아니냐”고 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되돌리기 어려운 개발 사업을 할 때는 유관부처와 충분히 협의하고 부작용을 검토한 뒤에 발표해도 늦지 않은데 서둘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DMZ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직접 손을 대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는 개발이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한반도 면적의 1%도 되지 않는 DMZ의 자연만이라도 그냥 놔두라는 시민들의 뜻에 따라 개발 논의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한국판 산티아고길’로 소개한 통일을 여는 길 노선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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