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굽이 돌아가는 길/박노해

산마을 풍경 2018. 12. 5. 11:46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길,

서둘지 말고 가는 길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길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