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3
- 중복(中伏)
더위가 처마 끝까지 차 오르는 중복 날이면
묵석 윗동네에서는 똥개 잡아 보신탕 먹는다고
야단법석들이었는데
어머니는 떡을 하셨다
검은콩, 울콩, 붉은팥, 대추 넣어 버무려
시루에 찐 마구설기
어둑어둑 저녁때가 되면 작은 떡 보따리
하나씩 받아들고 큰 형님은 이터 논에
작은형은 중들 논에, 나와 큰조카는 상들
논으로 가서는 이제 막 털 달린 이삭을 내미는
논에다 떡을 쪼개 던졌다
어머니가 일러주신 대로 고수레 고수레하면서
올해도 잘 자라서 풍년들게 해달라고 중얼거리면서
논배미를 모두 돌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남은 떡을 한 움큼씩
입에 구겨 넣었다
여름내 지치고 주린 배를 싫컷 채우고 나면
절로 힘이 솟았다
큰 형수님은 작은댁 할머니 드린다며 양푼에
떡을 담아서는 늘 산길로 가셨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다
가시다가 도중에서 사촌형을 만나 서로 바꾸어
오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