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이맘때면 3

산마을 풍경 2018. 4. 23. 16:25

이맘때면 3

- 중복(中伏)

 

 

 

 

 

더위가 처마 끝까지 차 오르는 중복 날이면

묵석 윗동네에서는 똥개 잡아 보신탕 먹는다고

야단법석들이었는데

어머니는 떡을 하셨다

검은콩, 울콩, 붉은팥, 대추 넣어 버무려

시루에 찐 마구설기

어둑어둑 저녁때가 되면 작은 떡 보따리

하나씩 받아들고 큰 형님은 이터 논에

작은형은 중들 논에, 나와 큰조카는 상들

논으로 가서는 이제 막 털 달린 이삭을 내미는

논에다 떡을 쪼개 던졌다

어머니가 일러주신 대로 고수레 고수레하면서

올해도 잘 자라서 풍년들게 해달라고 중얼거리면서

논배미를 모두 돌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남은 떡을 한 움큼씩

입에 구겨 넣었다

여름내 지치고 주린 배를 싫컷 채우고 나면

절로 힘이 솟았다

큰 형수님은 작은댁 할머니 드린다며 양푼에

떡을 담아서는 늘 산길로 가셨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다

가시다가 도중에서 사촌형을 만나 서로 바꾸어

오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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