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자귀나무는 합장수·합환수·합환목·합혼목·야합수 등 별명이 참 많다. 잎들이 낮에는 서로 떨어져 있다가 해가 지면 오므라들면서 서로 마주 보고 붙어 있는데 비가 오는 날이나 쌀쌀한 날씨에도 포옹하듯 서로 붙어 있어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
자귀나무는 3~7m까지 자라는 큰키나무로 분홍 또는 빨간색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 꽃이 지면 맺는 열매는 콩꼬투리 모양이며, 바람이 불면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하여 여설수(女舌樹), 즉 여자들의 수다처럼 시끄럽다는 뜻의 이름도 있다.
소가 위장에 탈이 생기면 여물을 먹이지 않고 자귀나무 꽃을 먹여 속을 다스렸다 하여 소밥나무라고도 한다. 유럽에서는 꽃이 비단처럼 부드럽고 빛깔이 곱다 하여 실크나무, 일본에서는 잠을 포근하게 자게 한다 하여 잠자는나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합혼목으로 많이 부른다.
언젠가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칠월의 신부가 화관과 부케를 연분홍 빛깔의 자귀나무 꽃으로 만들어 들고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귀나무에는 껍질에 알칼로이드와 탄닌질·사포닌이 있으며, 잎에는 쿠에르시트린, 어린잎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씨에도 알칼로이드가 있다.
꽃을 차로 마시면 마음이 안정되는데, 우울증 외에도 건위·소화제·천식·기관지염·불면증·폐렴·임파선염 등 다양한 증상과 질환에 쓸 수 있다.
민간의학에서는 껍질을 말려서 약초로 쓰는데 합환피라고 부른다. 껍질을 강한 불에 덖어서 건조하면 더 좋은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이뇨·진통·진경·명치 끝이 아플 때·골절과 종창에도 쓴다. 특히 꽃을 까맣게 태워 술에 타서 먹으면 골절과 어혈에 좋다.
마실수록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 잎은 약한 불에서 여러 번 덖어 건조해 밀봉한다. 꽃은 따서 먼지를 털고 약한 불에 덖거나 자연 건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