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산마을 詩情 산책 > 아름다운연(戀 愛)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밤 /나희덕 (0) | 2017.02.08 |
---|---|
12월 /강연호 (0) | 2017.02.08 |
내가 만약 / 헤르만 헤세 (0) | 2017.02.08 |
겨울 사랑 /문정희 (0) | 2017.02.08 |
그대, 거침없는 사랑 /김용택 (0) | 2017.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