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1. 16. 00:16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