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산마을 풍경
2017. 1. 16. 00:16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