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1. 14. 20:57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 가버릴 꺼야

   

 꽃잎 되어서 날아 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 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