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1. 14. 16:04

 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