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아득한 일/한울문학, 2016, 11월호
산마을 풍경
2016. 11. 19. 15:50
아득한 일
아득한 일이다.
이미 오래 전에 내 안에 들어와
붙박이로 사는 사람을
힘주어 밀어 내는 것은
어둑새벽까지 오래 묵은 회색빛 추억을
불러내는 일만큼이나 참 아득한 일이다.
행복에 겨워 뜨거운 눈물짓거나
설레임의 날개를 달고
창천을 누비던 무수한 날들,
창창한 푸른 바다 위에
무던히도 남으로 가는
쪽배를 띄우던 일들을
밀어내는 것은 참 아득한 일이다.
끝없는 푸른 바다의 사빈을 걸으며
더러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목이 메여 꺽꺽 소 울음을 울다가
다시 새벽을 맞이하던 날들,
이런 숱한 하늘 빛 날들을
덮어놓고 밀어내는 것은
망망 바다 끝 수평선 뒤의
키 작은 섬 하나를 바라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