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6. 11. 15. 17:39

11월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