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학교의 소멸
시골 학교의 소멸
2023.01,01
나는 10여년 전까지 서울에서 20여년 교직 생활을 했다. 강남 학군 다음으로 학부모들이 선호한다는 양천구에서 교직 생활을 몇 년간 한 적이 있다. 같은 양천구라도 주변 중학교들은 학급당 인원이 30명 정도였는데,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무려 50명이 넘었다.
요즘 학생들은 덩치가 무척 크다 70-80년대의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큰편이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가 높은 식단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학급에 덩치큰 학생들이 50명이 넘다 보니 책상 사이로 지나 다니기도 버거울 만큼 교실은 만원이다. 아이들도 움직이면 서로 몸이 닿다보니 예기치 않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일쑤였다. 학교에 여유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고향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겠다고 지방 발령을 신청하여 충청북도 소도시의 면단위 중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한반에 열명이 안되는 반도 있고 많아도. 20명이 넘지 않았다. 전교생이 채 30명도 안되는 학교였다. 학생들이 많을 때는 300명도 넘었다고 한다. 그때의 학교 시설과 교실은 그대로여서 교실이나 시설도 넉넉하고 여유 있어서 학습 공간은 부족함이 없었다. 서울에서 한반에 50명인 학생을 지도하다오니 정말 개인 지도를 한는 것처럼 여겨졌다.아이들의 성품이나 가정 사정까지도 세밀하게 알아서 지도하기가 훨씬 수월하였다. 교과학습 지도는 물론 생활지도까지 아이들 지도에 여려움이 별로 없었다. 학생수가 50명을 넘으면 생활지도는 물론 수업시간에도 집중이 안되어 수업하는데 애로가 무척 많다.
아무튼 시골 면의 작은 학교는 조용하고 운동장도 넓게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학교 앞에는 제법 큰 내가 흐고 옆에는 산이다. 여름에도 오후가 되면 산그늘이 내려와서 시원하다.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내에서 천렵을 하기도했는데 아이들이 무척 신나고 재미 있어 헸다. 물론 나도 20살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만 살다가 한적한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은 퍽 여유롭고 마냥 즐거웠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 들고 있어서 곧 소멸할 거라고 한다. 아울러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해마다 줄고 있고 폐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있는 실정이다. 면에 있는 학교들이 사라지면 군이나 시에 있는 학교로 가야하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 가려면 수십키로를 가야하니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해야 하는데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 지역의 소멸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만을 따져 학교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의 수업 공간뿐만이 아니다. 특히 시골에서는 그 지역 사회의 소통 공간과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그 지역 사회의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학령 인구가 줄어 들고 있어서 지방 학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학생이 줄어드니 모집하는 교사들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부산 광역시의 사례를 보면 5년전에 초등 교사를 한해 200명을 뽑던 것이 3년전에는 120명 올해(2022)는 60명을 선발한다고 한다. 머지 않아 지방의 학교들은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시골에서는 젊은 사람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 거의 모두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양육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내 주변에서도 결혼 적령기가 지난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옛날 같으면 부모들도 결혼하라고 닥달을 하였지만 지금을 본인의 의사를 적극 존중하여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세태의 변화를 실감한다. 또한 좋은 교육기관이나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기 대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 일자리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시설 등도 대도시가 월등하게 좋은 것들이 많다.
올해 정년 퇴직을 한 친구가 근무하던 시골 면에 있는 중학교가 학생이 2명이어서 내년부터 문을 닫는다고 걱정을 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과 소육청, 학교가 다같이 노력해서 내년에 입학 학생 5명을 확보해서 결국 폐교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작은 학교라도 없어진다는 것은 그 지역사회가 더욱 피폐해지고 삭막해 지면 고립이 심화 된다. 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여러 가지 활동과 사회적 기능의 소실로 지역은 더욱 침체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욱 뿐만이 아니라 학부모들간의 소통과 연대로 마을의 여러 가지 문제를 공유하고 의논하고 소통하는 장이며 시골에는 특별한 문화 공간이 없어서 학교를 통해서 적으나마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기능까지도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골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정부 정책과 과감한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