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20. 11. 13. 08:56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