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20. 10. 29. 09:16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 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 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

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