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쓸쓸한 편지
산마을 풍경
2020. 10. 29. 09:16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 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 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
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