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20. 4. 2. 15:43

표백漂白

 

김성신 

 

기억나지 않아요,

눈앞에 팔랑거리는 나비를 잡겠다고

고무신을 아차,

허공으로 날려버렸어요

 

저기 좀 봐

슈퍼타이 대신 설탕을 넣었어요

나를 녹여서 빨려고 해

어제와 똑같은 스웨터를 입게 될지 몰라

 

집 나간 병아리를 찾겠다고 거품을 손으로 찌른다

애타는 목소리를 휘젓는다

온몸에 멍이 든다 하얗게 하얗게 나를 잊는 병

 

둥둥거리며 세탁기 속에 삶아져 쉼 없이 돌아가다

쫑긋 귀를 세우면점점 표정이 굳어지지요

 

꼬들꼬들 잘 마른 빨래처럼 보송보송 웃으며

당신의 밤을 샤프란 샤프란 하고 싶어요

 

손으로 찍는 자국마다

설탕은 또 눈이 되어 내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