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20. 3. 20. 11:57

강가에 서면

 

 

 

 

가끔은 강에도 나가 볼 일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눈 여겨 볼일이다.

강가에 서면 강물이고 싶고

때론 강변이고 싶다.

바람난 욕망들이 거리에 넘실대는 지금

작은 실개천에

사금파리 조각 까지도

다 보듬어 안고 하나 되어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 갈 줄 아는 강물과 손잡고 싶다.

흐르고 흐르면서 스스로 맑아지고

더 깊어지는 강물과 눈 맞추고 싶다.

 

지난 가을부터 여름만을 고대해 온

풀벌레들도 한나절 쉬어 갈 수 있는

거칠지 않은 촉촉한 강변이고 싶다.

다 여문 억새 서걱이는 소리가

나는 허벅한 가슴을 붙잡고

강물의 등에 올라타

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온전히 적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