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9. 10. 7. 21:27


밤 강물 소리

 

 

 

 

 

 

강물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직도 밤의 중심인데,

안개가 짙게 깔린 강변엔

무엄한 달빛이 기척도 없이

혼자 앉아 놀고 제철을 만난 억새는

소리 내어 떠난 시간들을 부르고 있다.

건너 몇 집 안 되는 작은 강마을에는

어둠과 정적만이 얽혀 들었고

강물이 목청을 더욱 돋울 때쯤

찬바람이 휘하고 불어오더니

한바탕 유리창을 흔들고

다시 강 쪽으로 사라진다.

낮 동안 이리저리 다리를 따라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마음도 이제는 제자리에 앉아

애써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을

가을밤의 순한 강물 소리에

묵은 빗장을 풀고 심장을 씻고 있다

밤 깊은 강물은 흔들리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차갑게 흔들리며 달아나는 바람에

쳐진 어개를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