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9. 8. 25. 19:06


 밤바다에서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天下에 많은 할 말이, 天上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