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너에게/최승자
산마을 풍경
2019. 8. 24. 14:07
너에게 / 최승자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