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9. 8. 24. 14:07


너에게 / 최승자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