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수녀

산마을 풍경 2019. 5. 27. 14:52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