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9. 2. 21. 11:39

봄으로 가는 선운사

 

 

 

 

 

도솔산, 비학산, 청룡산, 견치산

고만 고만한 놈들이 어깨 기대고

다소곳이 둘러앉은 곳.

초봄으로 가는 선운사에

실비가 내리면

겨우 내 움츠렸던 맥문동, 조릿대

수척한 몸 뒤척이며 일어서고

새 생명들의 화음이

선운사에 가득하다.

마애불 돌아오는 도솔암

여승의 청아(淸雅)한 독경 소리

젖은 낙엽 위를 구르며

멀리 산중까지 자비를 전한다.

혹서에도 설한에도

쉼 없이 공덕(公德) 쌓아온 동백은

이제야 허물을 벗고

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봄 선운사엔

붉은 동백이 가람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