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산에 가면 외1편/화백문학.2018.겨울호

산마을 풍경 2019. 1. 5. 13:38

산에 가면

 

산에 가면

애틋한 그리움이 있다

다 벗은, 눈 내리는

겨울 산의 능선에 서면

적막하고 아득한

그리움이 물결로 이어진다.

하얀 갈대들의 연가가 흐드러지는

가을 산에 오르면

물든 나뭇잎 끝에 그리움이 넘실거린다.

.

푸른 숲 무성한

여름 산에 오르면

취하고 싶도록 넉넉한 그리움이 있다.

풀꽃들의 앳된 미소가 살랑거리는

봄 산에 오르면

한나절 손잡고 누워

이야기 하고 싶은 연둣빛 그리움이 있다.

산에 가면

이미 오래 전에 등을 보인 사람도

옹달샘처럼 정겹다

 

 

 

 

 

그리움

 

그립다.

조팝꽃, 쑥부쟁이, 현호색 환한

호숫가 숲길 그립다.

구철초꽃 향기 속으로 아즐 대며 내리던

저녁 빗소리 그립다.

늦은 가을 천국 같은

감빛 노을 바라보던

산언덕 그립다

오래 침묵하며 먼 산 바라보던

미욱한 눈빛 그립다

눈 내리는 겨울 산 내려오며

시린 볼 만져주던

따슨 손길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다 그립다.

눈을 감아도

파랗게 봄보리로 피어나는

그리움

-화백문학.2018.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