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시인이 쓰는 산문

아름다운 호반의 품에 안긴 정방사

산마을 풍경 2018. 10. 28. 11:12

 

아름다운 호반의 품에 안긴 정방사

 

 

 

 홍탁/김홍래

 

서울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안동 방향으로 달리다 서제천 톨게이트로 나가면 82번 국도와 이어진다. 이 도로를 따라 청풍 방향으로 10분 남짓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쪽빛 청풍 호반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수려한 금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 양편으로는 벚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봄철에는 벚꽃 축제가 열리는데 특히 밤에는 조명과 벚꽃이 어울러져 정말 장관이다. 여기서 15여 분을 더 달리면 정방사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호수 옆으로 도로가 나 있어서 너무나 멋진 풍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국도에서 정방사 가는 길은 제천시에서 지정한 걷기 좋은 길인 자드락길이다.

능강교 건너 정방사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자드락길을 따라가면 다소 경사가 급하고 좁은 산길이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사찰까지 갈 수도 있지만 느리게 걸어서 가는 편이 훨씬 좋다. 도로 양쪽으로는 수목이 꽉 들어차서 여름에 가면 우북한 숲 터널을 걸을 수 있다.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넓고 아름다운 청풍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숲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의 음색은 맑디 맑다. 걷는 이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깨끗하고 상큼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박혀 온다. 저절로 몸이 가벼워지고 가든해진다. 이 길로 30여 분 걸어 올라가면 가파른 암벽 아래 깔밋하고 소박한 정방사가 나온다. 이런 절벽에 어떻게 건물을 지었을까 싶다. 산문에 들어서면 아칠하여 놀라기도 하지만 시원하게 펼쳐지는 멋진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월악산 국립공원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조망이 뛰어나다. 가람 뒤쪽에는 병풍처럼 암벽이 둘러쳐져 있다. 산안개가 내려 앉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로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암벽 아래

정갈한 가람의 뜰에 서면

금수산의 정기가 온몸을 감싸온다.

드넓은 호수와

산 물결 위에 푸석한 마음 내려놓는다.

거칫하고 시끄러웠던 가슴이

순해지고 이내 그윽해진다.

한없이 평화롭고 한가하다.

오롯이 나를 비워 낼 수 있는 시간이다.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산52에 위치한 이 사찰은 662(신라 문무왕 2)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의상대사가 득도한 후 절을 짓기 위해 자신의 지팡이를 던지자 이곳에 날아와 꽂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계종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인 정방사는 해발 1016m의 금수산 자락 신선봉 능선에 있는 천년 고찰이다. 단출한 암자다. 주불을 모신 원통보전, 요사채, 산신각, 나한전, 종각과 해우소, 관음상이 전부다. 법당은 앞면 6칸 옆면 2칸의 목조 건물인데, 건축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 순조, 현종 때 2차례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원통보전에는 나무로 만든 관음보살좌상과 후불탱화, 신중탱화 등이 봉안되어 있다. 목조관음보살좌상은 2001년에 충북 유형문화재 제206호 지정되었다. 이 불상은 문화재 지정 직후 도난 당한 것을 몇 년 전에 소송을 거쳐 어렵게 다시 찾았다.

원통보전의 정방사 편액은 석종 안종원의 글씨이며 원통보전 편액은 법주사 혜정 대종사의 글씨다. 사찰의 중심에 원통보전이 있고 왼쪽 옆에는 나한전이 오른쪽 옆에는 요사채가 있다. 나한전 뒤에는 1993년에 조성한 높이 4.1m의 해수관음상이 있다. 산신각은 원통보전 왼쪽 위에 있는데 아담하면서도 고졸한 미()가 돋보인다. 이곳에 가면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해우소다. 해우소(解憂所)에서 바라보는 앞의 전경이 참으로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다. 호수와 주면 풍경을 감상하며 일을 볼 수 있다. 법당 뒤에는 바위틈에서 나오는 석간수 샘이 있는데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오늘도 물 한 바가지를 떠서 마시니 청량감이 온몸으로 퍼진다. 산에 오르느라고 쌓인 갈증을 말끔히 씻어 준다. 상연한 산바람이 몸을 흠뻑 적시는 호젖한 산사에서 호수로 떨어지는 감빛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다. 은빛 호수와 단풍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가을의 낙조는 정말 환상적이다. 절경과 노을에 취해 저뭇해질 때까지 이윽토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있을 라치면 허우룩함과 함께 애젖함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순우리말

1. 거칫하다 : 여위고 거칠다.

2. 가든하다 : (마음) 가볍고 상쾌하다.

3. 애젖하다 : 안타깝게 애틋하다.

4. 아칠하다 :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거나 낮다.

5. 저뭇해지다 : 날이 저물어 어스레하다.

6. 깔밋하다 : 깨끗하고 아담하다

7. 우북하다 : 한군데 많이 뭉처져 있다.

8. 이윽토록 : 한참동안.

9. 허우룩하다 : 허전하고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