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8. 6. 9. 11:35

 

아버지의 여름밤

 

 

 

 

 

어슴새벽 이슬 차고 나가

저녁달 성황당 느티나무

감아 돌 때 돌아와

감자밥에 냉국 한 그릇

허기진 배 채우고 나면

하루 내 쌓인 고단

사지 깊숙이 몰려온다

별빛이 하늘 그득 고일 때

앞마당에 멍석 펴고

쑥대 꺾어 모기 불 지피면

매캐한 풋쑥향 온 동네에 번지고

풀벌레 소리

달아나는 모기소리 베고 누우면

아득히 먼 하늘에

무성한 달빛 속으로

여름밤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