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즐거운 집’ 앞을 지나며/문학시대,2018,봄호

산마을 풍경 2018. 5. 28. 22:43

‘즐거운 집’ 앞을 지나며

 

 

 

 

어머니

초가을 아침 하늘은 참 맑습니다.

깨끗한 하늘과 막 떠오르는 해를 보며

티없이 말끔하고 욕심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머니

어제도 그제처럼 퇴근길에 ‘즐거운 집’앞을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

여태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마음 써 본 일이 없는 것 같아

잠시 우울하였습니다.

산에 오르며

깊은 산길을 걸으며

매번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쓰며 살아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건만

막상 산을 내려와서 내 것

무엇하나 누구에게 내준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가슴이 쪼그라듭니다.

진정 나눔의 정을 배우는데

게을리한 까닭입니다.

어머니

오늘 아침은

들꽃 한 송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따스한 사랑을 배우지 못한 것을

내내 후회합니다.

 

<문학시대,2018,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