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가을 금강에 가면/신문예,2018,6월호

산마을 풍경 2018. 5. 26. 13:59

 

가을 금강에 가면

 

 

 

 

 

 

가을 금강에 가면

강을 따라 난 작은 길섶으론

군데군데 연보랏빛 쑥부쟁이 군락들이

함초롬하고 청초하다.

강 언덕 위에는

탐욕의 보따리를 가득 실은

무거운 자동차들이

쉼 없이 도시로, 도시로 미끄러져 간다.

멀리서, 굽은 강변길을 걸어가는

여인의 가벼운 어깨가 실룩거린다.

가슴 속에 품고 온 버거운 짐들을

다 강물에 버린 모양이다.

나도 따라가며 강물에 던져 버린다.

내 몸도 이내 마른 풀잎처럼 가볍다.

무던히도 스스로 몸 낮추며

속 깊어 지는 강물에게 미안하다.

가을 금강에 가면

나도 순한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싶다.

 

<신문예,2018,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