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봄편지외 2편/한맥문학,2018,5월호

산마을 풍경 2018. 5. 9. 21:51

봄 편지

 

 

 

 

 

 

눈발이 떠돌고 지독히도 춥던 겨울

그대 떠나간 들길에

하얗게 말라 누웠던 마른 풀잎 사이로

파릇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물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대가 다시 그 길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 길은 그대만의 길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다시는 그 길섶에서 해질녘까지 서성거리며

당신을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내 길은 어엿하게 따로 있으니까요

이제 봄이 가고 또 여름이 와서

그 들길에 한 길로 들풀이 우거져도

저는 이제 제 길을 가겠습니다

자신이 없어 돌아보고 가끔 쉬었다 가더라도

그것이 당신을 위하는

길이라면 새벽같이

저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얼마간은 심한 갈증으로 목이 마르고

어질한 현기증으로 몸의 중심이

기운다고 하더라도 새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대는 이제부터 자유입니다

이 봄

그대 가던 길,

내 삶의 골짜기에도

연분홍 복사꽃이 피고

촉촉이 비가 내릴 것을 믿습니다 


산이고 싶습니다

 

 

 

김홍래

산이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산이고 싶습니다.

 

허옇게 날이 새는

새벽에는 맑은 물로

그대의 마른 목젖을 적시고는

이내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그대 가슴을 다 빨아들이는

산이고 싶습니다.

태양 빛이 하늘을 붉게 태우는

한 낮에는 지친 그대 가리어줄

산그늘을 만들고

어둠이 자욱한 밤이면

허리에 둥근 달을 걸어

밤새워 비추고는

이튿날 새벽에야 새근새근

잠이 드는

산이고 싶습니다.

 

산이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대 곁에 서있는

푸른

산이고 싶습니다.

         


내 그리운 사람에게4

- 비오는 날

 

 

 

빗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녹색 숲이나

호수에도 비가 내릴 것입니다.

가만 가만 빗소리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덧 푸르른 산언덕에 닿지요.

그대와 나의 풋풋한 희망과 행복이

항시 공존하는 곳이지요.

지금도 비가 오면 우산을 받치고

나가봐야 한답니다.

산언덕의 안부가 궁금해서 입니다.

또 목마른 그리움을 적시고자 함이지요.

비오는 날은 우체국에 가는 대신 편지를 씁니다.

산언덕, 빗소리, 돌맹이, 풀꽃....

다른 이들에겐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그대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내겐 더 없이 소중한 것이라고 씁니다.


<<한맥문학, 2018,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