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8. 3. 18. 18:32

가을 약초 농장 이야기

 

 

 

 

 

선들선들 갈바람이 분다. 높아진 하늘만큼이나 들바람이 맑고 서늘하다. 창창하던 억세도 어느덧 하얗게 꽃을 활짝 피웠다. 들판 곳곳에 널린 들국화도 잘잘한 노란 꽃송이들을 가득 피웠다. 나뭇잎들도 제각기 다른 색으로 곱게 물이 들고 있다. 여름내 목청을 높이던 뻐꾸기 소리도 잦아들더니 약초 농장에도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뜨거운 여름내 온갖 풍상을 겪어 내고 올해도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우리 약초 농장에는 가시오가피나무, 헛개나무, 마가목, 산사나무, 꾸찌뽕 나무, 엄나무, 화살나무 등 15가지의 약용 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가시오가피나무는 뿌리, 줄기, 잎, 열매, 꽃 모두를 약용하는데 6월에 작은 꽃이 피고 10월이 되면 까맣게 열매가 익는다. 열매는 아기 주먹 크기의 송이로 탐스럽게 열리는데 단맛이 있고 수분이 많다. 효소나 술을 담거나 말려서 약용한다. 술은 포도주와 색깔이 비슷하며 은은한 감칠맛이 있다. 단풍은 거의 들지 않는다. 중국의 이시진이 쓴《본초강목 本草綱目》에는 영득일파오가 불용금옥만차 (寧得一把五加 不用金玉滿車) 한줌의 오가피를 얻으니 한 마차의 금옥보다 낫구나. 라고 적고 있으며 우리나라 허준이 쓴《동의보감 東醫寶鑑》에는 연년 불로 선경약야 (延年 不老 仙經藥也)라고 하여 오가피를 먹어 수를 더하고 늙지 않으니 실로 신선의 약이로구나 라는 기록이 있다. 장복(長服)하면 노화를 방지하고, 무병장수한다고 하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마가목은 원래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란다. 이 나무가 본래 춥고 메마른 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억센 생명력을 지닌 까닭이다. 5월에 꽃이 피는데 수국과 비슷하다.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송이로 열리는데 탐스럽고 무척이나 아름답다.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많이 열린다. 요즘은 정원수로도 많이 심는다. 나무와 열매를 이용하는데 열매는 술을 담거나 약초로 이용되며, 산 속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이나 사찰의 스님들이 마가목 잔가지를 잘게 썰어서 차를 달여 마신다. 약간 매운듯하면서도 산뜻한 향이 일품이다. 잎은 아카시아 잎을 닮았는데 단풍도 제법 예쁘다.《동의보감 東醫寶鑑》에는 풍증과 어혈을 낫게 하고 늙은이와 몸이 쇠약한 것을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허리힘과 다리의 맥을 세게 하며 흰 머리를 검게 한다고 적혀 있다. 속담에 마가목 지팡이만 짚고 다녀도 신경통이 낫는다는 말이 있다.

꾸찌뽕나무는 뽕나무 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 또는 관목이다. 잎은 3갈래로 갈라진 것과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달걀 모양인 것이 있다. 줄기와 껍질, 잎, 뿌리, 열매를 모두 약으로 쓴다. 꾸찌뽕나무는 줄기에 길고 매우 날카롭고 강한 가시가 있어 다루기 어렵다. 가을철에 오디보다 훨씬 큰 둥근 열매가 빨갛게 익는데 감칠맛이 있고 보기도 좋다. 이 열매로 술을 담그면 맛도 좋거니와 양기부족이나 신허로 인한 요통, 갖가지 간 질환 등을 다스리는 뛰어난 약술이 된다. 어혈을 깨뜨리고 근육을 풀어준다.

헛개나무는 지구자, 호깨나무라고도 하며 중부 이남에서 주로 자라며, 지름이 한 아름이나 자랄 수 있는 큰 나무다. 목재는 연한 갈색을 띠고, 아름다운 무늬를 갖고 있다. 꽃은 흰색의 작은 꽃이며, 초여름에 꽃대의 아래에서부터 시작하여 위로 피어 올라간다. 열매는 10월이면 까맣게 익는데 단풍은 들지 않고 푸른 잎이 찬바람에 시들어 떨어진다. 열매의 모양은 그만이 갖는 특별함이 있다. 열매는 갈색이 돌며 굵은 콩알만 한 크기로 열리는데, 이를 받치고 있는 열매자루가 멋대로 부풀어 서로 연결되어 참으로 괴상하게 생겼다. 열매가 익을 무렵이면 열매자루는 굵어지면서 울퉁불퉁하고 꾸불꾸불한 갈색으로 서로 뒤엉켜 있다. 지구자 라는 생약 명으로 알려진 이 열매는 비록 모양은 형편없이 못생겼지만 은은한 향기에 달콤하기까지 하며, 그 속에는 간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헛개나무가 유명해진 이유다.

산사는 능금나뭇과에 딸린 산사나무의 열매다. 아가위, 적과자, 찔광이, 질구배, 아가배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산사나무는 낙엽 활엽 중간 키나무로 키가 4∼5미터쯤 자라고 잎 모양은 단풍나무 잎을 닮았다. 5월에 하얀 꽃이 핀다. 흰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라색으로 변하는데 무척 아름답고 오래간다. 가을에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색깔이나 모양이 아기자기 예쁘다. 아가위는 소화불량을 고치는 약으로 이름 나 있다. 산사에는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육류를 먹고 소화가 안 될 때 특히 효과가 좋다. 아가위는 맛은 시고 달며 아이들이 더러 따서 먹기도 한다. 열매는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거나 차를 끓여 먹고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향과 맛이 일품이다. 산사는 음식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화살나무는 키가 그리 크지 않으며 가을이면 작은 빨간 열매가 열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나뭇가지에 화살살 같은 것이 붙어 있고 단풍이 아주 곱다. 정말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답고 황홀하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암 치료약으로 널리 쓴다.

약초들은 성질과 쓰임이 각기 다르다. 환자에게 어떤 약초를 얼마만큼 써야 하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각기 다른 능력과 적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 가려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조직 사회에서도 사람을 적소적재에 배치하여 잘 쓰는 것이 조직의 성패가 달려 있지 않을까?

참고 문헌

-자연을 담는 사람들, 동의보감 사계절 약초 도감, 글로북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