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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 연가외 1편 /문학의 봄, 2017 여름호

산마을 풍경 2017. 7. 8. 13:16

홍천강 연가(戀歌) 1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강 건너 바위산엔 층층나무 꽃과

노송이 어우러져 참으로 절경입니다.

뿌연 물안개 그득한 새벽 강에

낚시 줄을 띄우고 오직 찌만 바라다봅니다.

날이 밝아오자 선잠을 깬 물고기들은

다시 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고

가끔씩 산바람이 내려와 물안개를 밀어내자

맑은 새벽 강물 위로

5월의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순수하기 그지없는

당신의 얼굴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아직 세상 무엇 하나 깨어나지 않은

이 새벽 강가에서

당신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너무나 근사하고 행복한 일이지요.

오직 한 사람, 당신에게로 가는 내 사랑이

오래 흘러 갈 수 있는

강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의 연가, 저 강물 소리를

풀꽃들이 다 질 때까지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천강 연가(戀歌) 2

 

 

 

강변 모래밭에

무성하던 풀꽃들이 다 졌어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처럼

강물은 저리 잘도 흘러갑니다

여름밤 어둔 강변 하늘의

초롱한 별빛 속에는

아련히 동화(童話)가 이어지고

더욱 선명해 지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여름밤이 깊었습니다.

이 어둔 강가에서도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오래된 제 일상이나 다름 아니지만

내가 참말로 신기해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와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도

하나 낯설지 않고 되려

반가워 달려 나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어둠이 다 내려앉은 강가의 밤.

당신의 소담스런 입술로 번져가던

엷은 복사꽃 미소를 떠올리면

내 가슴 구석구석이

새벽 강물소리처럼 맑아지고

파랗게 보리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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