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6. 11. 17:34

벌초를 하며

 

 

 

 

 

바람이고 싶어

인적 없어 외로운

벌판위로 날리는 바람이고 싶어

 

소슬한 10월의 바람이 되어

그대의 헝클어진 머리칼

빗질하고 돌아서선

선선히 잦아드는

바람이고 싶어

 

지천으로 널려있는

키 작은 봉분들

옛날에는 그래도 가끔씩은 들러

안부라도 물었을 터인데

빠른 초침의 뜀박질 뒤에는

다 낡은 초가 지붕만 남아

 

내게 언제 또 찾아올

누가 있을까?

돌아누워도 외로운

3평 남짓한 내 방에서

숨쉬며 잠들면 됐지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는

풀빛 바람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