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내가 사랑하는 詩
따뜻한 소음
산마을 풍경
2017. 5. 30. 11:55
따뜻한 소음
전향
잘 나가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40대 초반에 명퇴하고는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그,
처자식 모두 서울에 두고
홀로 쇠약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여는데
삐거덕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문에 기름 좀 쳐야겠어요' 하니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은 아들 기다리다
그 소리에 들어왔구나 하고 마음 놓으실 텐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문소리가
넓고 깊은 강물로 흐르는 그 집에서
기름 쳐야겠다는 내 말이
차가운 소음이 되어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