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5. 30. 11:55

따뜻한 소음


전향


잘 나가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40대 초반에 명퇴하고는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그,

처자식 모두 서울에 두고

홀로 쇠약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여는데


삐거덕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문에 기름 좀 쳐야겠어요' 하니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은 아들 기다리다

그 소리에 들어왔구나 하고 마음 놓으실 텐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문소리가

넓고 깊은 강물로 흐르는 그 집에서

기름 쳐야겠다는 내 말이

차가운 소음이 되어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