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강원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돌무지 유구. 돌로 쌓은 51개의 크고 작은 방으로 구성된 이 인공 건축물 흔적은 국내외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는 최초의 발견이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외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없는 삼국시대의 돌무지 유구(인공적인 건축물의 자취)가 발굴됐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확인된 벌집 모양의 이 유구는 돌들을 쌓아올려 만든 51개의 크고 작은 방들로 구성됐다.
처음 발견된 유구이다 보니 고고학 전문가들도 그 용도나 성격, 시기 등을 확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은 “강원 정선군과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아우라지 유적 발굴조사에서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는 벌집 모양의 적석(돌무지) 유구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돌무지 유구는 길이 40m, 폭 20m 규모이며, 51개의 방은 각각 길이 4~1.5m, 폭 3~2.2m 크기이다. 방과 방 사이의 돌벽은 최고 1.5m에 이르고 있다.
이 유구에서는 한성도읍기시대 백제의 토기로 보이는 단경호(짧은 목 항아리)와 토기 조각들, 신라의 굽다리접시 3점, 청자와 백자, 상평통보, 돼지와 말의 뼈 등이 출토됐다.
강원문화재연구소 최종모 실장은 “국내외에서 처음 확인되는 유구이고 유구 내에서 발견되는 유물도 거의 없어 유구의 조성 시기나 용도, 성격 등을 아직 파악할 수 없다. 앞으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출토된 백제 단경호를 기준으로 한다면 유구가 4∼5세기 경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조성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삼국시대나 그 이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무덤유적이나 제사유적, 생활유적 등 어떤 용도나 성격을 특정하기에는 지금으로선 난감하다”며 “향후 정밀조사와 연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유구의 성격을 명확히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양강변에 자리한 아우라지 유적에서는 그동안 신석기·청동기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고분, 주거지 등이 확인됐다.
특히 지난 해에는 3000여년 전 제작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 장신구 유물이 발견돼 큰 주목을 받았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돌무지 유구의 전경. 돌로 쌓은 51개의 크고 작은 방으로 구성된 이 인공 건축물 흔적(유구)은 국내외에 비슷한 사례가 없다.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