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최근 발표 작품

산, 달빛 /가온문학, 2017, 봄호

산마을 풍경 2017. 5. 1. 16:12

산, 달빛

산이었으면 좋겠네.

언제 들어서도

변함없이 푸근하고 아늑한

그런 산이었으면 좋겠어.

 

5월 그 여리디 여린 잎새를

살갑게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말고

그 연순한 잎새 위에

소리 없이 살포시 내려앉는

달빛이었으면 좋겠어.

 

달빛이 되어

저 맑은 시냇물

적시며 돌아 돌아 흐르다가

경사 급한 여울지나 나룻배가 떠있는

어느 강가에서 강물과 어우러져

바다에 이르러서는

저 넓은, 속 깊은 바다를 다 적시고도

한결같은 그런 달빛이었으면 싶어.

 

우리가

어느 산

어느 강가

어느 들길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산 같은, 달빛 같은

그 마음, 늘 그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가온문학, 2017, 봄호>

 

 

 

 

 

 

봄 숲에 비 내리면

 

 

 

 

 

 

 

 

 

 

 

봄 숲에 비 내리면,

 

 

 

아우성이다.

 

 

 

연둣빛 찬란한 아우성이다

 

 

.

위대한 생명들의

 

 

 

기침(起寢)소리

 

 

 

뜨거운 그 소리

 

 

 

산을 흔든다.

 

 

 

세상을 깨운다

 

 

.

봄 숲이 깔아 놓은

 

 

 

탱탱한 연녹색의 주단 위로

 

 

 

살랑 거리며 바람 한줄기 지나간다.

 

 

 

산 물결도 덩달아 덩실덩실 춤춘다.

 

키 큰 굴참나무, 키 작은 철쭉나무

어린 풀잎들, 맑은 샘물까지

서로 등 토닥이며 어우러져

오순도순 사는 곳.

봄 숲에서

진실하고 풋풋한 연둣빛

삶의 화음(和音)을 배운다.

<가온문학, 2017,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