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늦가을 찬비
산마을 풍경
2017. 4. 22. 11:24
늦가을 찬비
부슬부슬 비가 들녘을
적시는 날에는 고추 모를 내고
태양이 하늘을 붉게 태우는 날엔
물꼬를 돋아 논물 가두어 놓고
점심 먹고 쉬는 참엔 수수밭 머리
들깨 솎아 나물 삶으면
하루해가 짧다
팔 다리 무쇠처럼 힘이 넘쳐
호미 자루 괭이 자루 휘둘러
산밭 들밭 일굴 때는 마루 끝 봉당에
신발 수북하더니만
속살, 겉살, 주름살에 파묻히고
이마에 허벅지에 검은 버섯 피어나니
낡은 스레이트 지붕이고 있는
사랑채엔 거미줄 촘촘하고
봉당엔 뒤축 털털거리는
털신 두 짝
감나무 아직 푸르르고
바심하는 도리깨질 소리 멀리 있어도
내 가슴의 뜨락엔
늦가을 찬비가 내려 앉는다
건너 응달에 온갖 잡풀 다 쓰고 있는 무덤 뒤로
달려가는 가는 저녁 해가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