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방심 /손택수
산마을 풍경
2017. 3. 4. 14:04
방심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