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3. 4. 14:04

방심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