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미발표 신작 詩
봄 편지 /봄편지
산마을 풍경
2017. 2. 12. 23:17
봄 편지
눈발이 떠돌고 지독히도 춥던 겨울
그대 떠나간 들길에
하얗게 말라 누웠던 마른 풀잎 사이로
파릇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물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대가 다시 그 길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 길은 그대만의 길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다시는 그 길섶에서 해질녘까지 서성거리며
당신을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내 길은 어엿하게 따로 있으니까요
이제 봄이 가고 또 여름이 와서
그 들길에 한 길로 들풀이 우거져도
저는 이제 제 길을 가겠습니다
자신이 없어 돌아보고 가끔 쉬었다 가더라도
그것이 당신을 위하는
길이라면 새벽같이
저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얼마간은 심한 갈증으로 목이 마르고
어질한 현기증으로 몸의 중심이
기운다고 하더라도 새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대는 이제부터 자유입니다
이 봄
그대 가던 길,
내 삶의 골짜기에도
연분홍 복사꽃이 피고
촉촉이 비가 내릴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