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2. 12. 23:17

봄 편지

 

 

 

 

 

눈발이 떠돌고 지독히도 춥던 겨울

그대 떠나간 들길에

하얗게 말라 누웠던 마른 풀잎 사이로

파릇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물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대가 다시 그 길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 길은 그대만의 길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다시는 그 길섶에서 해질녘까지 서성거리며

당신을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내 길은 어엿하게 따로 있으니까요

이제 봄이 가고 또 여름이 와서

그 들길에 한 길로 들풀이 우거져도

저는 이제 제 길을 가겠습니다

자신이 없어 돌아보고 가끔 쉬었다 가더라도

그것이 당신을 위하는

길이라면 새벽같이

저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얼마간은 심한 갈증으로 목이 마르고

어질한 현기증으로 몸의 중심이

기운다고 하더라도 새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대는 이제부터 자유입니다

이 봄

그대 가던 길,

내 삶의 골짜기에도

연분홍 복사꽃이 피고

촉촉이 비가 내릴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