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마을 詩情 산책/한국대표시인이 추천한 애송시100편
추일서정 / 김광균
산마을 풍경
2017. 2. 11. 23:57
추일서정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푸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샐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 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