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2. 10. 17:36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