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유난히도 둥글고 빨갛던 뱀딸기는 뱀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먹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혹여 뱀딸기를 향해 손가락질이라도 하면 손이 오그라들거나 썩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손가락을 주먹 속으로 잔뜩 구부린 채 겨우 바라보며 친구들과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어쨌든 뱀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섭긴 매한가지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섭던 뱀딸기의 생약명은 이름 그대로 ‘사매(蛇莓)’. 그 이름에 또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화이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뱀딸기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지고 바로 열매를 맺으며 금세 붉어진다. 빨간색의 열매가 탐스럽게 익으면서 다른 가지에서도 꽃을 피우고 또 익기를 꽤 오랫동안 이어간다. 빨갛게 익은 열매의 맛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단맛이거나, 아예 밋밋한 맛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먹어보면 열매에서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성질이 차다는 얘기다.
민간에서는 이 열매를 배가 아프거나 열이 심할 때, 뱀한테 물렸을 때 써왔다. 빨간 열매는 탱글탱글한 채로 따서 흐르는 물에 살짝 씻은 뒤 믹서기에 갈거나 그대로 냉동하여 먹는다.
전초는 삼광룡, 지양매, 용토주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름철, 특히 음력 7월에 채취해 말려두면 좋다. 독감·기관지염·인후염·천식·동상·월경불순·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피부염·진해거담 등에 고루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와 위암·비암·폐암·간암 등에도 하루 20~30g 정도의 양으로 보리차처럼 끓여 마시면 도움이 된다.
뱀딸기는 발효액을 만들어 평상시 음료 대용으로 먹어도 좋다. 색이 곱고 즙액이 풍부한 빨간 열매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유리병에 담아 황설탕과 1대 1 비율로 넣어서 발효액을 만든다. 줄기와 잎도 잘 채취해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후 열매와 함께 발효시킨다. 이때는 열매를 먼저 발효시키고, 그 즙액에 줄기와 잎을 잘라넣어 4~6개월 발효시킨다. 음용할 때는 너무 많이 한꺼번에 지속적으로 마시지 않는다. 또 몸이 찬 소음인은 주의를 요하며, 오미자 발효액과 섞어 마시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