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풍경 2017. 1. 30. 15:05

뼈마디 쑤시거나 두통으로 머리 멍할 때

열매·줄기 넣고 물처럼 달여마시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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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바다는 어느 누구에게나 시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준다. 그런 제주의 해변에서 순비기나무를 만났다. 순비기나무는 제주 방언으로 ‘숨비나무’라고 한다.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물질을 할 때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기’ 또는 ‘숨비 소리’라고 하는데, 아마도 여기서 유래된 듯하다.

 숨비 소리는 몸속에 적체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한 방법으로, 고음의 휘파람 소리와 비슷하다. 이렇게 힘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두통에 시달리기 십상인데, 그 치료제가 바로 순비기나무 열매인 만형자(蔓荊子)다. 만형자는 약간 매운맛으로 풍을 흩어지게 하고 찬 성질은 열을 가라앉히며, 머리와 얼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

 순비기나무는 제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바다 기슭이나 모래밭에 흐드러지게 뻗어 있다. 이른 여름부터 가지 끝에는 가지색에 가까운 짙은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핀다. 이렇듯 순비기나무는 어지간한 짠물에서도 잘 견디는 염생식물로, 해녀들의 손이 쉽게 닿아 빠른 치료가 이뤄지기를 스스로 기도했으리라.

 순비기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전초(全草)를 다 쓴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퇴행성 관절염에 좋은 캄펜이 주성분인 열매에는 기름이 상당량 들어 있다. 잎과 어린 가지에도 알칼로이드를 비롯한 여러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다.

 두통과 편두통, 머리에 바람이 들어와 흔들릴 때에는 만형자와 순비기나무 잎·고본·백지·국화·천궁·박하 등을 적당량 합하여 기본적인 물로 달여 먹는다. 잇몸이 붓거나 치통이 있을 때에는 위의 약초에 속썩은 풀(황련)과 승마·석고를 더하여 달인다.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거나 얼굴이 붉어지며 뒷목이 뻣뻣하고 눈이 충혈될 때에는 기본적인 약초에 굴 껍데기·전복 껍데기·작약·천마를 함께 넣고 달인다. 또한 관절염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몸에 습과 바람이 들어와 특히 야간에 더 심하게 아플 때에는 강활·독활·천궁·방풍·위령선·속단·우슬 등을 함께 넣어 달인다.

 뼈마디가 쑤시거나 어지럼증, 감기로 으슬으슬 추울 때, 두통으로 머리가 멍할 때에는 대추와 생강 서너쪽에 으름덩굴 줄기·순비기나무 줄기·만형자·복령·맥문동·작약·국화·승마·감초를 적당량 넣어 물처럼 달여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