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풀·봉기풀·눈새기 꽃·얼음새기 꽃 등의 이름을 가진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며, 10~30㎝ 높이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눈과 얼음을 뚫고 맨 먼저 봄을 맞이하는 복수초는 오로지 자신만의 열로 눈과 얼음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덕분에 꽃의 노란색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함초롬하다. 꽃봉오리를 피울 무렵 뿌리를 캐서 만져보면 훈훈한 온기와 함께 하얀 김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겹 연꽃을 닮은 꽃잎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닫힌다.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꽃잎이 피지 않는다.
복수초는 꽃이 핀 후 열매를 맺었을 때 줄기와 뿌리를 그늘에서 최대한 빨리 말린다. 그렇지 않으면 시마린 성분이 변질돼 강심 작용이 없어진다.
말린 전초와 뿌리에는 소말린·스트로판타틴·콘발라톡신·시마린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강심 배당체(글리코사이드)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느려진 맥,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쁠 때, 심장쇠약, 신경쇠약, 풍습성 관절염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시마린 성분은 다른 강심제제보다 이뇨작용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몸이 붓고 복수가 찰 때, 또는 간질에도 쓴다.
하지만 복수초에는 매우 강한 독이 들어 있으므로 한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말린 것을 하루 한번 1g 미만으로 약한 불에 오래 달인 뒤 차게 식혀서 그 물만 마신다. 다른 방법으로는 말린 전초를 50% 이상의 증류주에 6개월 이상 담갔다가 하루 20㎖ 정도를 한두번 마신다. 많이 마시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한편 해발 4500m 이상의 히말라야 산속에도 복수초와 비슷한 ‘노드바’라는 약초가 있다. 만년설 아래 바위 틈에서 돋아나 초록의 줄기와 잎 사이로 눈처럼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이 필 무렵이면 노드바 자체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주변의 눈을 모두 녹인다 하여 식물난로라고도 한다. 이처럼 귀한 노드바는 방광질환이나 신장질환·간질환으로 인해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병과 부정맥을 비롯한 혈액순환 등의 여러 심장 질환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