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약명으로 ‘백합’이라고 부르는 참나리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다. 백합은 흔히 순결의 상징으로 언급돼 당연히 하얀 꽃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합의 ‘백’은 흰색을 의미하는 ‘白’이 아니라 일백을 뜻하는 ‘百’이다. 나리의 알뿌리가 수많은 비늘줄기(인경)로 구성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나리의 꽃잎 안쪽에는 검은 반점이 많은데 여기에 곤충을 유인하는 꿀이 있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꽃잎 밖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수술 끝에 적갈색의 꽃밥을 길쭉하게 매달고 있다.
참나리는 주로 비늘줄기를 약용으로 쓰는데 제법 많은 양의 녹말과 아스코르브산이 들어 있다. 민간에서는 전초를 쓰기도 하는데 플라보노이드와 알칼로이드·사포닌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어린순이나 구근은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약재로 쓰려면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비늘줄기를 캐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내거나 살짝 찐 뒤 말려둔다. 해소·천식·잔기침·허한 폐 때문에 나오는 마른기침과 토혈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신경쇠약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열병을 앓은 후, 가슴이 뛰고 진정되지 않을 때도 좋다.
폐음(폐의 윤활유) 부족으로 목이 자꾸 마르고 아프며 기침이 나고 숨이 찰 때,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손발이 달아오를 때, 기관지 확장증, 폐농양, 급만성 인후두염증 등에는 맥문동과 패모·감초를 같은 양으로 섞어 달여 마신다. 여성의 갱년기 장애로 인한 과로나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할 때, 입안이 매우 쓰고 목이 마르며 메스껍고 불안할 때는 당귀·천궁·작약·지황·패모·대추 속씨·치자·황기를 넣고 뭉근하게 달여 물처럼 마신다. 특히 임산부가 기침을 계속할 때에는 패모와 산도라지·어성초·겨우살이·감초·생강을 넣어 달여 따뜻하게 마시면 임산부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좋다. 이 밖에 참나리 꽃을 따서 소주에 담가 숙성시키면 붉은빛이 도는 자양건강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