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자나무는 제법 도톰하고 뾰족해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가시들과 여간해서는 부러지지 않는 늠름함 때문에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마저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뾰족한 가시는 그 어느 이쑤시개보다도 잇속 틈새를 시원하고 개운하게 하고, 혹여 눈에 다래끼라도 났을 때엔 속이 후련할 정도로 정확하게 터트려주지 않았던가.
산초과에 속하는 탱자나무의 가지는 짙은 풀색을 띠며, 10월경이면 잎이 누렇게 떨어지는 낙엽성 관목이다. 봄철이면 잎이 돋아나기 전에 다섯잎의 흰 꽃이 핀다. 하늘로 날아갈 듯, 한들거리는 꽃잎 사이로 향기가 퍼져 관상 가치가 높다.
탱자나무의 여물지 않은 초록색 어린 열매를 지실(枳實)이라고 부른다. 지실은 두세 조각으로 자른 뒤 바짝 말린다. 이것은 비장과 위장이 원활하지 못해 소화가 안 되고 가슴과 배가 답답하며 더부룩할 때 쓴다. 또 몰린 기운을 흩어지게 하고 담을 삭이며, 심장을 강하게 하고 이뇨작용·식체·변비·이질·위하수·위궤양·위염 등에 고루 쓴다.
날이 추워지면서 몸에 찬바람이 들어오면 지실과 도라지·적복령·감초·생강을 함께 넣어 달여 마시면 좋다. 지실은 그냥 쓰는 것보다 밀기울과 함께 볶거나 꿀물에 담근 뒤 꺼내어 불에 볶아서 쓰면 더 좋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지실이 영글어 노랗게 익은 탱자에서는 매우 향기로운 향이 난다. 그 향은 누구나 다 좋아해 자동차나 집 안에 두고 방향제로도 쓴다.
실제로는 초록의 지실보다 익은 탱자가 소화나 염증완화에 좋다고 한다. 탱자를 잘게 썰어 저온에서 우려낸 후 엿기름과 끓여 조청으로 만들어 놓고 먹으면 자연 소화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파기작용이 강해 기(氣)를 손상시키므로 비위가 허하거나 임산부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덧붙여 인천 강화도에 있는 두 그루의 탱자나무가 천연기념물 78호와 79호로 보호받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 임금이 강화도로 피난하였는데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성 주위에 탱자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탱자나무가 400여년 전 모습 그대로 살아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그 질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